The Commission of HUNG SA DAHN of AMERICA (미주위원부)

동맹독서 - 박재순 교수님 평 (6장 겨레에 대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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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겨레에 대한 신념

민족과 민족주의

도산은 평생 민족을 사랑하였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삶과 정신을 바쳤다. 민족은 국가가 생겨난 이래 5~8천년 동안 인류 역사의 단위이고 주체였다. 민족을 사랑했던 도산은 (대한)민국 기원을 연호로 쓰기도 했지만 역사서를 쓰는 사람에게 건국기원(단군기원)을 쓰도록 권했고 도산 자신도 자주 건국기원을 썼다. 민족은 생명과 역사를 가진 것이고 문화와 정신, 얼과 혼을 지닌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민족의 한 구성원이면서 그 한 사람 속에는 민족의 생명과 역사, 문화와 정신, 얼과 혼이 살아 있다. 그런데 민족의 생명과 정신, 얼과 혼은 민족의 가장 깊은 중심이면서 민족의 경계와 제약을 돌파하고 뛰어넘는 보편적인 것이다. 도산이 그랬던 것처럼 민족을 깊고 철저하게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역설적으로 민족을 뛰어넘어 세계 인류와 우주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정신과 도덕, 우주적 신념과 철학에 이른다.

왜 그는 민족을 그렇게 사랑했는가? 만일 도산이 당시에 침략과 정복을 일삼는 일본인이나 독일인이었다면 도산은 일본민족이나 독일민족을 그처럼 자신의 목숨과 혼을 다해서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산은 한국민족이 나라를 잃고 고통과 학대를 당하므로 한민족을 구하고 살리기 위해 한민족을 사랑했다. 그에게는 한민족을 사랑하는 것이 자기를 살리고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고통 받는 민족을 구하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바로 세우는 일이 정복자들의 죄악과 불의를 청산하고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었다. 도산의 민족애와 민족독립운동은 정복하고 침략하는 일본 제국주의(국가주의)를 극복하고 청산하는 일이었다. 도산의 민족주의는 남의 민족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국가의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청산하는 민족주의, 민주와 정의, 사랑과 평화를 실현하는 민족주의였다.

 침략과 정복의 국가주의에 대한 극복과 청산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도산의 철학과 사상은 민족과 국가들 사이에 전쟁과 폭력, 지배와 정복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도산이 살았던 시대는 서양에서 자본과 군사력을 앞세운 강대국들이 세계를 침략하고 정복하며 억압하고 수탈하는 시대였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국가와 민족들의 사회에 적용하여 강한 민족국가들이 약한 민족국가들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도산이 추구한 철학과 사상의 목적은 지배와 정복을 추구하는 국가주의를 극복하고 청산하여 자유와 민주의 나라를 세우고 민족과 국가들 사이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도산은 참된 민주국가를 세움으로써 제국주의, 국가주의를 청산하고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이루려 했다. 도산은 철저한 민족주의자였으나 그의 민족주의는 불의하고 폭력적인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자유와 민주,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민족주의였다.

도산은 어떻게 서구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를 극복했는가? 도산은 서양의 강성한 국가들과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을 보고 서양의 문화적 힘을 인정하고 경제력과 군사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도산은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으며 큰 힘이 있으면 큰일을 하고 작은 힘이 있으면 작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도산보다 힘을 강조한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도산은 힘을 내세웠고 또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산이 강조한 힘의 철학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군사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제국들의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본과 군대의 힘, 문화와 지식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했지만 도산은 자본과 군대, 문화와 지식의 힘을 넘어서 도덕과 정신의 힘을 강조했다. 도산에게 가장 중요한 힘은 도덕과 인격의 힘, 얼과 뜻의 힘이었다. 자본과 군대, 문화와 지식의 힘이 의미 있고 바르게 쓰이려면 도덕과 인격의 힘, 얼과 뜻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도덕과 인격의 힘을 가장 중심과 꼭대기에 놓음으로써 도산은 서양 문화와 힘을 받아들이면서도 국가주의로 오염된 서양의 문화와 힘을 극복하고 정화했으며, 심화하고 고양시켰다.

 세계시민 정신의 구현

도산은 민족의 한 사람이면서 민족 전체를 살았다. 그이 속에 한국 민족 전체가 살았다. 그는 민족의 중심에서 민족을 대표해서 살았다. 한국의 근현대는 동서 문명의 만남과 민주화 과정으로 전개되었다. 근현대 한민족의 과제는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문화 질서에서 벗어나 동서 문명이 합류하는 세계시민적 정신문화로 나아가는 것이고 봉건적 신분질서를 깨트리고 서로 주체의 민주국가사회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도산은 한국근현대의 중심과 선봉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다. 도산은 한민족의 근현대적 과제와 시대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고 실행하였다. 그는 민족의 중심에 서서 살면서도 누구보다 철저한 민주정신을 가지고 살았고 민족의 주체적인 정신을 지녔으면서도 서구의 정신과 문화, 기독교 신앙, 과학정신, 민주정신을 가장 온전하고 철저하게 실현하였다. 도산의 삶과 실천 속에서 동서 문명이 가장 충실하게 합류했고 봉건적 신분질서와 의식이 가장 완전하게 극복되고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정신과 의식이 구현되고 실행되었다. 도산의 삶과 정신은 삼일혁명과 촛불혁명의 정신과 철학을 앞당겨 보여주었다. 도산의 삶과 정신 속에서 피어올린 민주정신의 불꽃이 삼일혁명과 촛불혁명으로 타오른 것이다. 도산은 근현대 한국민족을 대표하는 인물일 뿐 아니라 동서를 아우르는 세계정신을 가장 온전하게 드러내고 실현한 세계시민적 인간이었다. 도산은 한국의 근현대에서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세계적(global) 인물의 전형을 보인다.

민족을 깊이 사랑했던 도산은 민족 속에서 민족의 경계를 돌파했다. 민족의 생명과 정신, 얼과 혼을 살았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에 헌신하면서도 민족의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개인의 인격과 삶(실존)을 강조했으나 저만 아는 개인주의에 머물지 않았고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했으나 배타적 민족주의에 매이지 않았으며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정신과 뜻을 내세웠으나 관념적 세계주의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삶과 정신에는 개인주의, 민족주의, 세계주의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그는 참된 삶을 살았고, 참 인간으로 살았다. 그는 민족의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기쁨을 누리며 살았다. 그는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했으나 누구보다 민족을 넘어서 자유롭게 참 인간으로서 참 생명을 살면서, 참 도덕, 하늘의 진리와 정의를 실현했다. 그는 한국인이면서 세계인으로 살았다.

 

1 Comments
admin 2018.05.15 03:16  
거수!

아래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신, 박재순 교수님이 동맹독서 13번째 공부, 장리욱 총장님 저서 중, 제 6장 도산의 "겨레에 대한 신념"을 평해 주신 글입니다. 도산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평을 해주신 박 교수님께 감사를 올립니다. 저는 박재순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주신 평에서, "도산과 도산사상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럼이 없다"라는 확신과 도산 사상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였습니다.

윤창희 올림, 흥사단 미주 위원장
Hung Sa Dahn  a/k/a Young Korean 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