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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주년 3·1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인가 주한 일본대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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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3·1절 기념사 중 일본 관련 발언이 마치 주한 일본대사의 연설을 듣는 듯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제에 맞서 거족적으로 들고 일어난 항일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3·1절에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 요구는 빠진 채 한일관계를 윤색하고 양국협력만 강조했다.

'새 세상'만 강조하고 과거사 반성은 외면

최 대행은 기념사에서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독립이 양국 모두 잘 사는 길이며,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새 세상'을 열어가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독립선언서의 맥락을 왜곡한 해석이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의 부당한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과 독립 의지를 천명한 것이 핵심이다.

최 대행은 이어 "지금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또한 역사 왜곡이다.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는 현실은 외면한 채 마치 양국이 모든 역사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인지 주한 일본대사인지 의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대통형 권한대행 3.1절 기념사 모습(MBC 화면 갈무리)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제3자 변제'로 일본 면책

최 대행의 기념사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 방식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박정희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합의(6.3한일회담)로 한국 정부의 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할 순 있지만,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는 만큼 일본 전범기업이 그 피해자에게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배상을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채택했다. 피해 배상은 범죄를 저지른 측이 그 죗값을 치르는 것이 마땅함에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조성한 자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하겠다는 것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두둔하는 굴욕적인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사도광산 한국인 강제동원 역사 외면

최 대행의 기념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사도광산 강제동원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일

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지만, 일본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일본은 합의 이행에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6일 별세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는 240명 중 이제 7명으로 줄었다. 지금도 매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남은 생존자 역시 대부분 90세 이상 고령다. 위안부 생존자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들의 명예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2.3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부평공원에 있는 동상 뒤 부조에는 일제의 한인 강제징용과 ‘위안부’그리고 조병창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일본에 굴욕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 10월 유엔 총회 토론회에서 일본 측 대표 가미야 마사코 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잘못됐다. 근거가 없다”며 위안부 동원 사실을 전면 부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침묵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예산을 계속 삭감했다. 이는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발생하는 제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예산입니다. 2023년 2억6900만원이었으나 2024년 5300만원, 2025년 12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사도광산 문제도 외면했다. 일본은 작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 동원 역사를 알리고 이를 위한 전시와 추도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첫 추도식에서 일본 정부는 사죄나 반성의 표현 없이 조선인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데 그쳤으며,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사를 정부 대표로 파견해 한국 측의 반발을 샀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있는 사도광산 위치. (자료 구글맵)
한일관계 기본 무라야마 담화 반대하는 일본 내각

일본의 현 정치 지형을 볼 때, 최 대행의 '한일 우호' 강조는 더욱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1995년 무라야마 총리는 "과거 일본의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거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잘못됐기에 통절히 반성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 내각을 이끄는 자민당 국회의원 대다수는 '일본회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소속으로, 이들은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전쟁책임 사죄와 과거사 해결 시도를 반대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현재 일본의 정치적 현실은 과거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보다는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가 지배적이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있는 사도광산. (사진 대한민국정책브리핑)
항일독립 국민 봉기가 아닌 한일 관계 윤색에 집중

3·1절은 일제 식민지배에 항거한 국민의 봉기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최 대행의 기념사는 이런 역사적 맥락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내년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합니다"라며 마치 외교부 한일관계 성명서처럼 마무리했다.

이러한 기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의 해결책이 발표되며 국민적 분노를 샀던 상황의 반복이다.

3·1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불의와 침략에 대해 명확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기념사에서 이런 핵심 가치는 쏙 빼고 한일 협력만 강조하는 것은 3·1절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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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투데이(http://www.incheo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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