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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의 삶은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갑작스레 닥친 지구적 재앙에 놀랍고 당황스러워 하던 지식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냉철한 눈으로 지금의 사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글들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 최근 해외 언론에 게재된 글 가운에 눈에 띄는 세 편의 기고를 소개한다.

#1. “코로나19 대유행은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작가인 존 그레이(John Grey)는 정치문화 주간지 <뉴스테이츠먼>(newstatesman.com)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지금의 위기는 “안정된 균형이 일시적으로 무너진 상태가 아니라 인류가 역사의 전환점(a turning point in history)에 직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존 그레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글로벌 생산과 긴 공급망에 의존하던 경제 시스템이 상호 연결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정부)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더욱 가속화돼, 국가간 장벽이 높아지고 식량과 의료용품 등의 지역 내 생산이 안보문제와 직결될 거라고 예견했다. 또한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게 되면서 민주적인 정부든 권위주의 정부든, 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한국과 싱가포르처럼 “집단적 복지”의 힘으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은 계속되는 반면 ‘국가 보호’의 기능이 없는 유럽연합(EU)은 붕괴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바이러스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가 바이러스 확산 이전까지 그토록 자랑하던 ‘주가’와 ‘실업률’ 때문에 대통령직을 위협받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제2차 세계대전 종식과 더불어 형성된 국제질서에서 미국이 차지하던 위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모했다”고, 그레이는 지적했다. “지구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위상 또한 흔들리고 있으므로, 지구와 인간의 관계 또한 재정립될 것으로 봤다.

그레이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국가의 개입이나 사회적 감시체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세계 각국이 장벽을 높인 채 안보와 과학연구, 기술혁신에 이전보다 더 주력함으로써 자유주의와 세계화는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전선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없애고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2. “코로나19로 우리는 웰빙이 사회적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

영국 작가 토비어스 존스(Tobias Jones)는 보수파 정치평론가인 존 그레이보다는 좀더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어조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존스는 <가디언> 기고를 통해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노숙자들이 호텔에 수용되고 아이들은 시험을 치지 않으며 각국 정부는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스페인의 개인병원이 국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바틀코 돌고래와 백조, 물고기떼가 돌아오고 공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면서 코로나19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를 먼저 언급했다.


존스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웰빙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이 모두에게 각인됐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 할 수도 있지만 함께 잘 살려고 노력할 수도 있는 의존적 존재”이며 “건강한 공동체는 인간뿐 아니라 토양, 물, 공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번 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잠금이 모든 것을 로컬로 만들었다”면서 “세계는 훨씬 더 커졌고, 우리는 모퉁이 상점과 이웃, 근접성과 친밀함의 지혜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분리돼 친교의 위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존스는 자신이 이런 불안과 외로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런 응급상황 덕분에 우리가 내부세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되고, 결국은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새로운 비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 신성한 권력으로 군림해온 ‘시장’과 불평등의 주요인인 ‘세계화’라는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GDP와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익을 창출할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사는 80억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성장 중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필요성은 줄리아 스테인부르그(Julia Steinberger) 영국 리즈대학 생태경제학 교수가 독립언론 <오픈데모크라시닷넷>(opendemocracy.net) 기고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피력했다스테인부르그 교수는 “성장 중심 사고방식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조치가 없거나 비효율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유행 초기 영국정부와 공직자들이 “공중보건보다는 경제적인 근거로 대규모 행사취소나 학교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길 거부하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이 건강과 생명보다 경제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성장 강박’이 우리가 바이러스나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고 유익하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오히려 빈곤이나 결핍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둘째는 “정부와 지도자들이 공공정책이 가능하고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제때 깨닫지 못하게 방해하며”, 셋째는 “개인이 사회적 성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유발하는 것, 예를 들어 손을 열심히 씻으면 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면 환경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스테인부르그 교수는 “성장의 한계와 성장 강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건강과 웰빙, 환경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며, 특히 우리가 일으키지 않은 문제에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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