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도산’, 그 감동의 의미
지난 8월 10일 LA 윌셔 이벨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도산은 1270석이 매진되고 당일 표를 구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많은 관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와 함성 그리고 감동의 기립박수와 함께한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로마린다 대학 교회에서의 첫 공연을 보고 느꼈던 감동, 그 감동의 의미를 재현하기 위해 흥사단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부터 시작된 이번 재 공연은 흥사단이 주최와 주관을 맡기로 결정하고, 무대예술 그룹 ‘시선’과 함께 준비한 지난 4개월 이라는 시간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뮤지컬의 재 공연이 우리가 가야하고, 해야할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것은 100년의 역사와 함께 해온 흥사단의 사명감 그리고 거국가의 장면을 노래하며 모든 배우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확인한 그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2시간 반이란 시간 동안 도산 안창호선생의 발자취와 사상을 모두 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도산 선생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없었던 일반 시민들과 특히 미주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감동까지 선사한 더할 나위 없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주에서 뮤지컬을 보기 위해 찾아준 도산의 직계 후손들, 잊어버린 역사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 찾아준 젊은이들, 어린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한 가족, 일제 강점기를 몸소 겪어내신 어르신들 등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도산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 배후자로 체포되고, 일제의 압박으로 조국 에서의 독립운동이 한계에 이르렀던 1910년 4월, 망명길에 오르며 ’거국가’를 만들게 됩니다. 이후 도산은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재 입국하여 민족의 독립을 위한 무실(務實, 참되고 진실하자), 역행(力行, 행하기를 힘쓰자.)의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지도자들을 키우기 위해 1913년 흥사단을 창단 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와 미래의 이상을 꿈꾸었던 것입니다.
연습무대에 오른 젊은 배우들이 거국가 장면에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도산으로 빙의된 듯한 주인공이 나즈막히 부르는 거국가의 첫 구절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잠시 뜻을 얻었노라 가불대는 이시운이.., 나 간다고 슬퍼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 100여년전 만들어진 애국지사의 한 노래, 사랑하는 조국을 뒤로하고 망명길에 올라야만 하는 애처러운 심정이 실린 이 가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어찌 한 세기를 관통해 이 시대 후손들의 가슴을 적시는 노래가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5000년의 역사를 흘러 우리 민족의 세포 하나 하나에 박혀있던 슬픔의 전주곡이 장중한 진혼곡이 되고 눈물이 되어 이 시대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거름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지금 이별 할때에는 빈 주먹을 들고 가나, 이후 상봉 할때에는 기를 들고 올테이니, 눈물흘린 이 이별이 기쁜일이 되리 로다.” 도산은 거국가의 마지막 4절을 통해 조국을 떠나는 통한의 심정을 구국의 의지와 민족의 희망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도산 안창호라는 한 인물의 삶은 우리 민족의 고난의 역사이자 오늘날 우리의 역사이며 또한 현실일 것입니다. 고난없는 희망은 없으며, 고난 에는 그 숨겨진 뜻이 있을 진데, 과연 그 뜻은 무엇일까, 이번 뮤지컬 도산의 LA 공연을 통해 감동과 함께 역사라는 거울에 비춰진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 숨겨진 뜻과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뮤지컬 공연을 위해 모든 정성과 노력을 쏟아 부은 무대예술 그룹 '시선' 팀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과 미주에서 뮤지컬 도산의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뜻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민상호
LA 흥사단 대표/ 뮤지컬 '도산' 준비위원장
